작성일 : 14-08-29 15:56
최고의 리더십
 글쓴이 : 남계천
조회 : 565  
교황 방한·영화 ‘명량 ’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빈부·좌우이념 떠나 상처받은 국민들…
함께 가자고 손내미는 참 리더십이 그립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 위해 100만 인파가 광장을 메웠고, 이순신 장군의 출진 명령에 한국영화 역대 최다 관객인 1600만명이 화답했다.

2014년 8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두 사람의 큰 리더십이 진정 ‘따라야 할 자’를 기다리는 대한민국의 목마름에 단비가 됐다. 전 세계 11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수장임에도 소형차,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가난하고 약한 이의 곁에서 사랑과 화해를 설파한 프란치스코 교황.

수세에 몰린 전쟁에서도 사지(死地)도 마다않고 자신을 따라나선 백성을 외면하지 않으며,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전장의 맨 앞에 나섰던 이순신 장군.

이들에 환호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오늘날 대한민국이 아직 제대로 경험해본 적 없는 리더의 참 모습을 이들에게서 찾기 위함일 게다.

권위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고, 위기속에선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며, 뒤따르는 자들에게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는 우리의 리더들에 대한 민초들의 실망이자, 분노의 또다른 표현이다.

최근 한국 갤럽이 실시한 설문결과 이번 방한을 통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교황에게 호감이 간다고 답한 비율이 77%에 달했다. 이는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종교까지 초월한 결과로 방한 기간중 일관되게 겸손하고 낮은 자세와 빈자·서민을 위한 행보가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든 까닭이다.

리더십은 교황이나 이순신 장군 같은 성자, 위인에게서나 찾아 볼 수 있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직장, 사적모임 같은 크고 작은 조직에서도 분명 리더십은 존재하며, 그 부재가 미치는 병폐는 우리가 한번쯤은 겪어봤음직 하다.

간단하게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를 둘러보자.

후배들에게 일을 미루는 대리, 아랫 사람들의 실적을 자신의 것 인양 포장하는 과장, 윗 사람의 눈에 들기 위해 업무보다 아첨에 애쓰는 부장, 부하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마이웨이하는 상무, 전략없는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회사를 낭떠러지로 몰고가는 CEO… 이런 리더들이 어딘가에는 꼭 존재한다.

이 국가를 경영하는 국정 지도자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함량미달, 자질부족 리더들의 패착이 조직과 사회를 낭떠러지로 이끌고 있다.

오로지 자신이 정의이며 정도라며 “나를 따르라”라고 말하는 독선과 아집, 국가를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 방법도 정당화될 수 있다 여기는 과거 회귀적 국가지상주의를 지도자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이번 교황의 방한과 이순신 장군을 그린 영화 ‘명량’의 메가히트를 ‘힐링의 리더십’으로 설명했다. 손 교수는 “빈부, 좌우이념을 떠나 이 사회는 상처받아 있다. 권력자, 돈있고 힘있는 자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박탈감이 우리 구성원들에 팽배해 있다”고 분석하고 “행진을 멈추고 신도들의 손을 잡아준 교황, 백성을 살리기 위해 대장선을 이끌고 홀로 출정하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서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해 줄 리더의 모습을 이 사회가 꿈꿔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또 세월호 정국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정치권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문제의 맨 앞에 서 있는 리더가 안보인다”며 “리더는 자신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그 역할이다. 맨 앞자리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해결해 줄 수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하는데 여야를 통틀어 우리 정치권엔 그런 리더를 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한국전쟁의 영웅 더글라스 맥아더는 “보스는 가라고 말하지만, 리더는 가자고 말한다”고 했다. 뒷짐지고 앞을 향해 나가라고 명령하는 보스, 맨 앞에서 자신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자고 말하는 리더. 자, 우리는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할까?

출처: 헤럴드경제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